[앵커]
시민들이 경찰의 존재를 체감할 수 있는 장소, 바로 집근처 파출소나 치안센터죠.
그런데 막상 건물만 있고 인력 부족으로 비어둔 치안센터가 적지 않아, 범죄예방에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장 카메라, 전민영 기자입니다.
[기자]
천장 페인트가 떨어져 입구에 쓰레기처럼 널브러져 있고, 내부는 불이 꺼져있고 문은 잠겼습니다.
요즘 주민 불안감이 최고조라는 신림동의 한 치안센터인데요.
치안 사각지대가 된 치안센터, 가보겠습니다.
평일 낮이지만 문은 닫혀 있고, 수차례 벨을 눌러도 응답이 없습니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치안센터, 불은 켜져 있는데 문고리에는 우편물이 꽂혀있습니다.
3시간 이후 다시 찾아가봐도 마찬가지.
순찰 중이던 경찰관은 "인력이 없어 비어있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서울 ○○지구대 경찰관]
"예전에 있었는데 이제 정년퇴임하시고 일시적으로 지금 (비어있는)…. 인원이 너무 부족하다 보니까 오히려 여기는 이제 배정이 안 돼서."
기존 파출소를 통폐합해 지구대로 만들면서 남는 건물에 소수 인력을 파견해 초소처럼 운영하는 게 치안센터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곳이 정상적으로 치안 업무를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신림동 주민]
"칼부림도 일어나고 이번에 산에서도 그랬잖아요. 그래서 저는 솔직히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계속 놀라긴 하거든요. 필요한데 열려 있는 걸 못 봐서. (의지가 안 돼요?) 네."
신림동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앞에 있는 치안센터도 잠겼습니다.
분실물을 주운 시민은 문고리에 올려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긴급 전화기에는 먼지가 잔뜩 쌓여 있고, 거미줄까지 쳐져 폐가나 다름없습니다.
문 두드려도 응답 없는 또 다른 치안센터.
관할 지구대에 전화했더니 5분 뒤쯤 안에서 경찰 한 명이 문 열고 나옵니다.
[경기 ○○지구대 경찰관]
"조금 졸았어요, 내가. 사실 밥 먹고 안 졸 수가 없어, 앉아 있으니까."
경찰관들이 잠시 쉬다 가는 곳이 된 겁니다.
[경기 ○○지구대 경찰관]
"치안센터가 유명무실하고 자원해서 나온 사람은 근무를 하고, 그걸 (아무도) 안 할 때는 폐쇄시켜놔요."
서울 경기 치안센터 202곳 중 상주 인력이 없어 종일 비어 있는 곳만 63곳.
인력이 배치된 곳도 밤에는 운영하지 않습니다.
야간에도 이렇게 불을 밝히고 있는데요.
그런데 정작 굳게 잠겨 있고 안엔 아무도 없습니다.
지난 2월 택시기사 김덕기 씨는 야간 운행 중 승객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급히 근처 치안센터를 찾아갔지만 헛걸음만 했습니다.
[김덕기 / 택시기사]
"주먹으로 그냥 한 대 치는 거야, 여기를. (치안센터로) 갔는데 보니까 불은 켜져 있는데 문이 걸려 있는 거야."
결국, 가해 승객을 다시 태운 채 경찰을 찾아 이동해야 했습니다.
[김덕기 / 택시기사]
"인력이 부족하면 없애야지 그걸 뭐 하러 놔두냐고요. 뭔 일이 있을 때 바로 쫓아갈 수 있는 데가 내 동네 치안센터나 지구대(인데)…."
정부는 '보이는 경찰'을 강조하며 범죄 예방을 하겠다지만 정작 치안센터는 잠겨 있고 경찰은 보이지 않습니다.
현장카메라 전민영입니다.
PD : 장동하 윤순용
AD : 석동은
작가 : 전다정
전민영 기자 pencake@ichannela.com